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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드오브페이스 교회 사건

blog8513 2026. 5. 21. 17:50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진 강제노동과 집단 폭력의 실체

 

종교 공동체는 본래 인간의 존엄과 위로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한 폐쇄적 복음주의 교회에서는 오히려 신앙이 사람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워드 오브 페이스 펠로우십(Word of Faith Fellowship, WoFF)은 수십 년간 내부 신도들에게 폭력적인 훈육과 강제노동을 강요해 온 사실이 드러나며 국제적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은 2017AP통신의 심층 탐사보도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교회 지도부는 신도들의 자유를 조직적으로 제한하며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지속해왔고, 특히 해외 신도들을 사실상 현대판 노예처럼 이용한 정황까지 포착되었다.

 

 

폐쇄된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 통제와 착취

 

워드오브페이스 교회는 1979제인 휘틀리(Jane Whaley) 목사가 설립한 복음주의 공동체다. 표면적으로는 경건한 신앙생활과 공동체적 헌신을 강조했지만, 내부에서는 강도 높은 복종과 절대적 순응이 요구되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된 것은 브라질 지부 교회 청년들을 미국으로 데려와 노동에 투입한 방식이었다. 교회는 이들에게 성경 교육이나 영적 훈련을 명목으로 미국 방문을 제안했지만, 실제로는 목회자 소유 사업체와 교회 시설에서 장시간 무급 노동을 시켰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여권과 개인 자금은 지도부에 의해 회수되었고, 하루 15시간이 넘는 노동이 일상이 되었다. 창고 정리, 건물 청소, 사업장 업무 등 다양한 노동이 강요됐지만 어떠한 정당한 보상도 지급되지 않았다. 외부와의 연락은 철저히 제한되었고, 도망을 시도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악령 축출이라는 이름의 폭력 의식

 

이 교회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블래스팅(blasting)’이라 불린 집단 폭력 행위였다.

 

지도부는 신도들이 죄를 지었거나 규율을 어겼다고 판단하면, 수십 명의 신도가 둘러싸여 고함을 지르며 악령을 쫓아낸다는 의식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밀치거나 때리는 물리적 폭력을 당했고, 심한 경우 장시간 심리적 압박 속에서 극도의 공포를 경험해야 했다.

 

아이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어린 신도들은 학교 수업 도중 노동 현장으로 불려가거나, 공개적인 꾸지람과 강압적 훈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많은 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불안장애, 대인관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브라질 출신 피해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18살에 미국에 왔을 때 여권을 빼앗겼고,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야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모두 앞에서 모욕당하거나 맞았습니다. 그것은 신앙이 아니라 통제였습니다.”

 

 

외부 감시를 피해온 조직적 은폐 구조

 

워드오브페이스 교회가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철저한 폐쇄성과 내부 침묵 문화가 있었다.

 

신도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제한받았고, 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는 비밀 서약을 요구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수사기관의 조사가 시작되면 어떤 방식으로 답변해야 하는지 거짓 진술 지침을 교육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지역 사법기관과의 관계였다. 일부 검사나 공직자가 교회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 초기 여러 차례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2017년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교회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내부 고발자들을 배신자혹은 악마에게 미혹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이어졌고,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에서도 관련 조사와 법적 대응이 시작됐다.

 

 

국제사회가 주목한 현대판 종교 노예제

 

AP통신이 발표한 “They kept us as slaves(그들은 우리를 노예처럼 부렸다)” 시리즈는 국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브라질 노동당국은 해당 교회와 연결된 교육기관을 폐쇄하고, 신도들을 노예 상태에 놓이게 했다며 법인 해산 절차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도 연방 당국과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교회 내부 문제가 아니라, 종교 조직이 신앙의 권위를 이용해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일부 가담자들은 폭행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핵심 지도자인 제인 휘틀리에 대한 직접적 형사 책임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이 사건의 핵심을 절대 복종 구조에서 찾는다.

워드오브페이스 교회는 지도자의 권위를 신의 뜻과 동일시했고, 개인의 판단보다 공동체 규율을 우선하도록 만들었다. ‘악령’, ‘’, ‘순종같은 종교적 언어는 신도들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또한 노동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영적 헌신으로 포장되며 착취를 정당화했다. 피해자들조차 오랜 시간 자신이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남부 일부 복음주의 공동체에서 나타나는 폐쇄적 문화와 반지성주의 역시 이러한 구조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지적된다. 외부 사회를 타락한 세계로 규정하면, 신도들은 공동체 밖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를 죄책감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종교의 자유와 인권 보호 사이의 경계

워드오브페이스 사건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호되어야 하며, 언제 사회가 개입해야 하는가?

 

신앙은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순간 더 이상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사건은 폐쇄적 종교집단 내부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가 얼마나 오랫동안 감춰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종교 공동체에 대한 외부 감시와 내부 자정 장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일깨운다.

 

믿음은 사람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믿음이 타인의 자유를 빼앗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앙이 아니라 지배의 시스템이 된다.

워드오브페이스 교회 사건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종교 권력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